여전히 시달리는 경비원. 빨래까지..아이구야!

작년에 국민의 공분을 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관리소장의 갑질을 못 견디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한 경비원이 참다 참다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무슨 일 인지 알아봤다.


여전히 시달리는 경비원. 빨래까지..아이구야!

최근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근로계약서에 없는 부당한 업무지시에 시달려 왔다며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A씨에게 사적인 빨래를 맡기고 휴게시간에도 청소 등의 업무를 지시했다고 한다.

A씨는 “관리소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사적인 빨래 지시가 너무하다는 생각에 분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진전이 없어 노동청에 진정했다”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건이 종결되었고, 이후 회사는 계약만료를 통보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한 채 퇴사처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경비원의 경우 “안내를 제대로 못 한다고 동대표 감사가 수시로 욕설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라고 문의를 하기도 했다.

이 경비원은 “근로계약서가 2개월짜리인데, 아무 문제 없는 건가요?”라고 물기도 했다.

그리고, 한 여성 미화원은 “미화반장이 뒤에서 끌어안거나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수십차례 했다”

“저는 가해자 뺨을 치며 격렬히 거부하고 이 사실을 본사에 알리기도 했으나, ‘알려지면 여사님도 좋을 것 없다’라며 가해자도 해고할 테니 저도 퇴사하라고 요구가 왔다”라고 털어놨다.

정말 어처구나가 없는 처사가 아닐까? 다행이다. 우리 아파트의 경우 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더 세밀히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파트 갑질의 원인은 초단기 계약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은 2023년 1월 1일부터 2024년 4월 15일까지 들어온 이메일 상담 요청 중 아파트 등 시설에서 일하는 경비, 보안, 시설관리,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상담은 47건이라고 밝혔다.

만 1년 동안의 상담이 47건이라 작다고 생각될 수는 있지만, 이메일로 상담된 내용만을 기재한 것이고 사실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이 분들의 주요 갑질은 누가 했을까? 그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 관리소장
  • 입주민
  • 용역회사 직원 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

보편적 갑질에 대한 한 노동자 분은 “관리소장의 끝없는 갑질과 폭언. 부당업무 지시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소장은 고압적인 자세로 업무를 지시하고, 툭하면 직원들을 모아놓고 ‘내보낸다’며 갑질을 한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신고도 해봤지만 나 혼자 계약기간 종료로 잘렸다”라고 했다.

여기서, 아파트 갑질의 원인은 초단기 계약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단순하게 짜르면 끝이라는 셈인 것이다.


초단기 계약은 괴롭힘에 취약한 구조

여전히 시달리는 경비원. 빨래까지..아이구야 - 경비원 갑질 MBC 뉴스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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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발간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 94%가 1년 이하 단기 계약을 맺고 있고, 3개월 계약도 21.7%.

이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침묵하거나, 목소리를 냈다가 근로계약이 종료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초단기 계약을 맺고 있는 경비원이 입주민과 갈등을 빚으면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것이다. 말 그대로 족쇄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원청업체의 갑질도 문제다.

괴롭힘 가해자로 주로 주목되고 있는 관리소장은 대부분 아파트 등의 원청 직원이다.

경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용역회사의 경우, 관리소장이나 입주민에 대해서는 ‘을’의 위치이기 때문에 ‘갑’의 의사에 반하는 경비 노동자를 보호하고 나설 가능성이 낮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원청 가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원청도 가해자를 대상으로 조사나 징계 등 후속 조치를 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대처가 어려운 것이다.

한 노무사는 “다단계 용역계약 구조에서 경비노동자들은 갑질에 쉽게 노출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주택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내 직장 내 괴롭힘의 범위를 확대하고, 단기 계약 근절. 용역회사 변경 시 고용승계 의무화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억하시나요? 작년의 경비원 사망사건

2023년 3월 14일 서울 강남 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 박모씨가 관리소장 갑질을 호소한 뒤 사망한 사건.

박모씨가 사망하자 직장 동료였던 경비 노동자들이 노동조합(노조)를 만들고,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의 사과와 해임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해당 아파트는 2023년 12월 31일부로 경비 노동자 76명 중 44명을 계약만료로 통보해버렸다.

이에 노조는 아파트 측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맞서 2024년 1월 10일부터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이제 102일째 계속 진행되고 있다. 과연, 이런 싸움은 언제까지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인가?

싸움이 되긴 할까? 다시 복직을 했다 하더라도 다시 짤라 버린다면 너무나 허망한 투쟁이 되진 않을까?

이 역시 미래를 위한 투쟁일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을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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